무라카미3 무라카미 T 중고책방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하루키의 책을 발견하면 무조건 바구니에 담는다. 나는 그의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나 잡문도 좋아한다. 하루키에게는 일상이 모두 글의 소재가 되는 모양이다. 무엇 하나 그냥 버리는 법이 없다. ‘무라카미 T’도 그런 부류의 책이다. 그가 LP판을 좋아하며 기회가 되면 여행지에서 중고 레코드 가게에 들러 LP판을 사서 모은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티셔츠도 모은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작정을 하고 티셔츠를 모은 것은 아니고, 이곳저곳에서 홍보용 티셔츠를 받고,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기념 티셔츠를 받고, 여행을 가면 갈아입을 옷으로 그 지역 티셔츠를 사고, 그러다 보니 서랍에 못다 넣고 상자에 담아 쌓아 놓게 되었다고 한다. 레코드 수집에 대한 .. 2025. 2. 21.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를 읽으며 다시금 하루키,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일상과 주변의 모든 것들이 글의 소재가 된다. 음악을 듣거나, 차 또는 술을 마시며 떠오르는 단상, 길을 가다 문득 눈을 들어 본 주변의 사물, 버스나 전철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지나가며 듣는 낯선 이들의 대화가 모두 글이 된다. 이 책에는 1984년 ‘Classy’라는 잡지가 창간된 때부터 이 년 동안 일레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와 연재했던 글과 그림을 모은 것이다. 하루키의 글만큼이나 미즈마루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의 절반은 글이고, 나머지는 그림이다. 하루키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이 책에 실린 글을 썼고, 머리에 떠오른 것을 술술 써서 .. 2024. 1. 3. 하루키의 여행법 ‘하루키의 여행법’은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을 먹고 보고 경험한 것을 기록하는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다른 책이다. 말 그대로 하루키식의 여행을 담은 책이다. 대부분은 취재를 위해 목적을 가지고 떠났던 여행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하루키는 여러 차례 일본을 떠나 외국에서 장기체류를 했었다. 유럽에서는 집을 빌려 오래 머물며 책을 썼으며, 미국에서도 오랜 기간 살았다. 그래서 좀 더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책에는 일곱 편의 여행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스트 햄프턴 – 유명한 작가와 배우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다. 남자가 집을 관리하고 그의 여자 친구가 요리를 하는 여관에 묵었다. 주인 ‘론’은 18세기에 지어진 집을 사서 손수 집을 수리하고 부모와 조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가구와 식기로.. 2022. 12.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