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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4

굿 바이, 윌리엄 나는 그가 죽고 난 다음에서야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를 처음 본 것이 언제였던가. 아마도 10여 년은 지난 일이 아닌가 싶다. 어느 날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 정거장 벤치에 까만 선글라스를 낀 사내가 앉아 있었다. 옆에는 바퀴 달린 철제 트렁크 카트에 가방이 실려 있었다. 홈리스임이 분명한데 여느 홈리스와는 달라 보였다. 나이는 50 중반쯤으로 보였는데,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포스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그 벤치는 그의 거처가 되었다. 대부분의 홈리스들은 상가 주변에 무리를 지어 텐트를 치고, 주변에 너저분한 물건과 쓰레기를 널려 놓는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쓰러져 잠을 자기도 하고, 더우면 옷을 벗어 몸을 드러내기도 하고, 낮에도 술이나 약에 취해 뻘건 .. 2023. 3. 13.
드라이브 스루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거의 모두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차할 필요 없이 차에 앉아 주문을 하고 음식을 받을 수 있는 나름 편리한 서비스다.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의 길이를 보면 체인점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방대한 크기의 미국이니 만큼 지역에 따라 패스트푸드의 상호나 인기도는 다를 수 있다. 내가 사는 남가주에서는 단연 ‘인 앤 아웃 버거’와 치킨 샌드위치로 유명한 ‘칙필레’가 인기다. 대부분 체인점의 드라이브 스루는 한 줄이지만, 이 두 체인점에는 보통 두 줄이 있다. 끼니때가 되면 그 줄이 가게 밖 도로까지 길게 늘어선다. 요즘은 여기에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까지 가세를 했다. 팬데믹 이후, 스타벅스는 쇼핑센터에 있던 일부 매장의 문을 닫고 드라이브 스루를 갖춘 매장을 .. 2021. 10. 2.
커피 이야기 한인들의 미국 이민이 많았던 80년대, 불법체류도 많았다. 커피와 연관된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불법체류자는 미국에 오래 산척 하려고 프림을 넣지 않은 쓴 블랙커피를 마시고,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는 설탕과 프림을 넣어 입맛에 익숙한 달달한 커피를 마신다고 했다. 나 역시 이런 달달한 커피로 커피 마시기를 시작했다. 프림의 유해론이 불거지자, 설탕만 넣어 마셨다. 그때는 인스턴트커피를 마셨다. 미국 직장에 다니며 원두커피를 마셔보니 인스턴트커피에서 나는 특유의 뒷맛이 없었다. 마침 회사에는 층마다 커피 클럽이 있어, 월 10달러의 회비를 내면 제한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미국 사람들은 모두 시커먼 블랙커피를 마시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유와 설탕, 다양한 맛이 첨가된 크림이나 시럽을 선호하는 사람.. 2021. 3. 26.
산타의 계절 회사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선물 교환을 하며 이를 위해 12월 초에 참여하는 모든 직원의 이름을 바구니에 넣고 이름을 뽑는다. 선물을 준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날 오후에 회의실에 모여 차례대로 선물을 준다. 누군가 먼저 자기가 뽑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면, 그걸 받은 사람은 자기가 준비한 선물을 다음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가장 좋은 선물은 사장님에게서 받는 현금봉투다. 그래서 직원들은 혹시나 사장님이 자기 이름을 뽑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린다. 휴게실 문에는 선물 나누기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커다란 종이가 붙여진다. 여기에 각자 자기가 원하는 선물을 적어 놓을 수 있다. 금년에는 누군가 재미있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미첼, 벌써 네 선물은 샀어.” 이미 사놓았으니 무엇을 적어도 소.. 2020.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