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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3

허송세월 김훈은 ‘프롤로그’ 대신 ‘앞에’라는 제목의 글로 책을 시작하고 있다.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은 부고다. 그는 부고(죽음)가 그다지 두렵지 않다고 썼다. “내가 살아서 읽은 책 몇 권이 나의 마음과 함께 무로 돌아가고, 내가 쓴 글 몇 줄이 세월에 풍화되어 먼지로 흩어지고…” (7 페이지) 이 대목에서 나는 차고에 쌓아 놓은 책들과 브런치에 올려놓은 1,000 꼭지가 넘는 글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사라지고 나면 결국은 글들도 먼지가 되어 흩어져 버리겠구나. 그는 술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와인의 맛은 로맨틱하고, 그 취기의 근본은 목가적이다… 막걸리는 생활의 술이다. 막걸리는 술과 밥의 중간쯤 되는 자리에 있다… 소주는 대중의 술이며 현실의 술로서 한 시대의 정서를 감당해 왔지만 풍미가 없고 색감이.. 2025. 4. 22.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빌 브라이슨은 내가 믿고 읽는 몇 안 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해박한 지식과 유머로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는 한 번 빠져들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렵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다. 여기서 ‘Thunderbolt Kid’는 저자 빌 브라이슨을 지칭하는 말이다. 작은 마을에서 자란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그리고 유소년 시절을 보낸 50-60년대 미국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이 먹었던 불량식품이 포함된 주전부리들, 장난감, TV 프로그램 등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되었다. 비록 나는 한국에 살았지만, 60년대 한국 TV에서는 미국 드라마들을 더빙해서 방송했기 때문.. 2024. 8. 29.
드라이브 마이카 ‘드라이브 마이카’(Drive My Car)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크게 세 토막으로 나눌 수 있다. 1부는 두 사람의 일상을 보여 준다. 연극배우이며 연출가인 ‘가후쿠’에게는 아름답고 재능 있는 극작가인 아내‘오토’가 있다. 두 사람에게는 어린 딸을 잃은 슬픔이 있다. 오토는 딸을 잃은 후 더 이상 자녀를 갖기를 원치 않았으며, 이제 두 사람은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오토는 가후쿠와 섹스를 하며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다음날 가후쿠가 그 이야기를 전해주면 그녀는 그것을 정리해서 각본으로 만든다. 오코는 가후쿠가 연기할 연극의 대사를 자기 목소리로 녹음을 하고, 가후쿠는 차를 운전하며 아내가 만들어 준 테이프로 대사를 연습한다. 출장이 취소되어 예정.. 2022.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