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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6

여자아이 기억 1958년 여름, 프랑스 오른의 한 여름방학 캠프에 강사로 갔던 18세의 소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캠프에 온 지 사흘째 되던 날, 지하창고에서 깜짝 파티가 열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책임지도강사인 H와 춤을 추고 섹스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사랑의 행위가 아니고 성폭력에 가까운 일방적인 섹스였다. 욕심을 채운 H는 바로 그녀를 버린다. 소문이 퍼져 동료 강사들은 그녀를 창녀라 부르고, 남자들은 그녀를 그래도 되는 아이로 여기며 희롱한다. 남자가 원하는 섹스와 여성이 기대하는 섹스의 차이다. 그 후 그녀는 섭식장애를 앓았고, 그로 인해 한동안 생리를 하지 못했다. 2022년 노벨상 수상 작가인 ‘아니 에르노’의 2016년 작품 ‘여자아이 기억’은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다. 18세의 나.. 2023. 9. 8.
카사노바 호텔 ‘아나 에르노’의 작품을 처음 읽어 보게 되었다. 프랑스 작가인 그녀는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카사노바 호텔’은 전체 길이가 127페이지인 매우 짧은 책인데, 그 안에 12편의 글이 실려 있다. 자전적이라는 인상을 풍기는 에세이와 소설들이다. 프랑스 작가답게 그녀의 글에는 프랑스 영화의 분위기가 있다. 무절제하고 방종한 듯, 다른 말로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표제작 ‘카사노바 호텔’의 여자 주인공은 병원에 있는 어머니의 병이 급속히 악화되는 가운데 P라는 남자와 러브호텔에서 사랑 없는 정사에 열중한다. 그녀는 “쪼그라들어가는 어머니의 몸뚱어리를 견디자면 오르가슴이 필요했다”라고 말한다. 차츰 만나는 간격이 뜸해지다 헤어진 그를 어느 날 오페라역 승강장 맞은편에서 보게 된다. 그는 머리가 하얗.. 2023. 1. 2.
클라라와 태양 201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새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 (Klara and The Sun)은 출간 전부터 2021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고 있었다. 출간 즉시 영미권 도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이 나오던 날 아침에 온라인으로 도서관에 대출을 신청했는데, 8주 만에야 내 차례가 돌아왔다. 멀지 않은 미래의 미국, 기계문명의 발달로 실업자가 늘어났고, 정치적으로는 양분되어 있으며, 신분 상승(lifted)을 이룬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겼다.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이들의 친구 노릇을 한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둘 없듯이, AF도 모두 각자 성격과 개성이 다르다.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 2021. 4. 5.
과거를 잃은 남자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었다. 화자 ‘기 롤랑’은 과거의 기억을 잃은 사람이다. 그는 ‘위트’가 운영하는 흥신소에서 8년 동안 일을 했다. 흥신소가 문을 닫게 되자, 그는 고용주였던 '위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과거를 찾아 나선다. 유일한 단서는 한 장의 낡은 사진과 부고기사뿐이다. 그는 피아니스트, 정원사, 사진사 등 자신에 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시기의 유럽이 무대다. 기와 그의 친구들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 프랑스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책에는 산발적으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같은 사람이 여러 개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기와는 어떤 관계인지 뚜렷치 않다. 그래서 이 책은 이야기를.. 2021.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