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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2

잊기 좋은 이름 요즘 한국문단은 젊은 여성작가들이 대세다. 이건 아마도 책을 사는 독자층이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국 소설은 시대에 따라 소재가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60년대 작가들의 글에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 자주 등장했다. 사춘기의 내게 이런 작품들은 너무 어둡고 잔인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최인호의 달달한 연애소설이었다. 얼마나 감미롭고 신선했던지. 그 후, 근대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주와 노동자들의 갈등이, 서슬이 퍼렇던 군사독재가 끝난 후에는 이에 항거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문학의 소재로 등장했다. IMF 가 지나고, 성차별과 여성의 권익이 사회 전반에 공론화되며, 최근에는 여성의 삶을 그린 작품들이 많아진 것 같다. 81년에 한국을 떠난 내게 2000년대의 소재들은 다소.. 2021. 8. 17.
침이 고인다 김애란의 소설집 ‘침이 고인다’에는 70-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보고 듣거나 경험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그런데 그녀는 80년 생이다. 아마도 이런 일들은 2000년대 초까지도 이어졌던 모양이다. 어떤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인 것도 있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가난하고 척박하지만 지질하거나 구차하지는 않다. 초라하고 힘든 삶에도 나름 낭만과 재미가 있고, 내일에 대한 희망의 빛이 있다. 도도한 생활 –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집은 빚더미에 앉게 되고 화자는 언니가 세든 지하방으로 오게 된다. 장마에 지하방에는 빗물이 흘러들고, 동생은 일 나간 언니를 기다리며 빗물을 퍼낸다. 영화 ‘기생충’의 지하방을 연상하게 된다. 장마에 비가 오면 할머니는 부엌에 들어가 빗.. 2021.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