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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2

비린 맛 함경도가 고향인 부친은 고기보다 생선을 더 좋아하셨다. 어려서 우리 집 밥상에는 거의 매일 생선이 올라왔다. 고향에서는 생일이면 감자가 듬성듬성 들어 간 쌀밥에 무를 채 썰어 넣은 가자미 국을 미역국 대신 먹었다는 아버지의 투정에 가끔은 아버지 생신에 미역국 대신 가자미 국이 상에 오르기도 했다. 별식으로 민어나 조기 국을 먹는 외가와 달리, 집에서는 온갖 비린 맛의 생선이 국이 되어 올라왔다. 동태나 병어는 물론 도루묵까지 국으로 탈바꿈해서 올라왔다. 외할아버지는 생선가시를 무척이나 무서워해서 생선이 상에 오른 날이면 할머니가 곁에서 가시를 발라드렸다. 그러다가 잔가시라도 하나 나오면 할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생선의 가운데 토막은 할아버지와 나의 몫이었고, 할머니는 생선 대가리와 꼬리만 잡수셨.. 2020. 7. 17.
안동 고등어와 문어 아내와 결혼을 하고 처음 처갓집으로 인사를 가던 날, 내가 받은 상에 오른 것은 씨암탉이 아니라 안동 고등어와 문어였다. 고등어가 바다에서 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바다 구경도 못하는 내륙지방 안동에서 고등어가 ‘지역 명품’ 이 된 것은 누가 봐도 아리송한 일이다. 하지만 바다가 없기 때문에 맛 좋은 ‘안동 간고등어’가 탄생할 수 있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한말 장사치들이 안동과 가장 가까운 바다인 영덕 강구항에서 안동 장터까지 고등어를 등에 지고 200 리의 길을 걸어서 운반하는데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유난히 비린내가 많이 나고 쉽게 부패하는 생선인 간고등어를 가지고 오는 방법은 쉽지 않았던 것. 그래서 고등어가 상하지 않도록 염장을 했던 것이다. .. 2020.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