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
10년쯤 된 이야기다. 아내가 LAVC에서 미술 공부를 할 때, 학기말 마지막 수업에서는 늘 팟럭을 하곤 했다. 종강 몇 주 전에 팟럭 리스트를 돌려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 음료수, 접시와 컵까지 각자 가져올 음식이나 물건을 적어낸다. 아내는 커피 케이크를 굽거나, 만두를 튀겨 가기도 하고, 잡채를 만들어 간 적도 있다. 이번 도자기 반에서도 마지막 날 팟럭을 한다.
나는 세 학기 째 아멜리아가 담당교수인 클래스를 듣고 있다. 그녀는 팟럭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그녀의 방식이 옳다. 학생들에게 팟럭의 부담을 주어야 하나 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마지막 수업 날, 팟럭에 대한 기대없이 학교에 갔다. 교실에 들어가니 한쪽 구석 테이블에 Porto’s 상자가 6-7개, 커피 머신과 파드 커피, 접시와 컵 등이 준비되어 있다. 그림을 매우 잘 그리는 ‘닉’이 준비한 것이다. 그는 그림을 매우 잘 그린다. 얼마 전 끝난 학생 초대전에도 작품을 2개나 출품했었다. 나와 같은 레벨 I 이지만, 그림을 레벨 III 보다 훨씬 더 잘 그린다.
베이커리 상자 안에는 포테이토 볼, 치즈 롤, 구아바 롤, 크로와상 등이 가득 들어 있다. 나는 첫 번째 휴게시간에 크로와상, 두 번째 휴게시간에 포테이토 볼과 커피를 먹었다.
모두들 멋진 그림들을 가지고 왔다. 교수는 1시간쯤 일찍 끝날 것이라고 했지만, 평가와 의견을 모두 나누고 나니 7:50분이 넘었다. 평소에는 그림의 잘된 점과 고칠 점을 같은 비중으로 이야기했는데, 이날은 그림을 보고 느끼는 감정과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
교수가 혹시나 이번 학기에 졸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고 물었다. 아무도 없었다. 교수는 다음 학기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과연 몇 사람이나 다음 학기에 다시 만날 수있을는지. 이 글을 쓰는 지금, 그들과 사진을 찍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사가 늘 이렇다. 지나고 나면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진즉 다음 학기 유화 II 등록을 해 놓았다. 많이 그리고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를 해보야 그림이 는다는 알고는 있지만 혼자는 그림을 잘 그리지 않게 된다. 그나마 학교에 가고 과제를 받아야 동기부여가 돼 그리게 된다. 여름방학에 계속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일단 피어스 칼리지 앙코르 클래스에 등록을 하긴 했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